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구축한 세계제국 로마! 시공을 관통한 고대 1천년의 흥망성쇠를 통해 20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근원적 좌표를 낱낱이 주시한다.
시오노 나나미
1937년 7월 7일 도쿄에서 태어나 학습원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뒤 이듬해인 1964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어떤 공식교육기관에도 적을 두지 않고 혼자서 공부했다. 서양문명의 모태인 고대로마와 르네상스의 역사현장을 발로 취재하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마사에 천착하고 있는 그는 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는 도전적 역사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놀라운 필력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작품으로 처녀작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비롯하여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1970년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바다의 도시 이야기』(1982년 산토리 학예상)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1988년 여류문학상)『로마인 이야기』 (제1∼9권·1993년 신조학예상, 1999년 시바 료타로상 수상) 『세 전쟁 이야기』 『세 도시 이야기』 등이 있으며 『남자들에게』 『사일런트 마이노리티』 등 다수의 에세이가 있다. 현재 필생의 역작이 될 『로마인 이야기』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1. 프롤로그
2. 로마의 탄생
3. 로마 공화정
4. 연표
5. 참고문헌
6. 역자후기
<< 국민 에너지 넘치는 한 위기는 두렵지 않다 >> [동아일보 / 최우석]
시오노 나나미(?o野七生)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는 어느 것을 읽어도 재미있지만 요즘 나온 8권 ‘위기와 극복’ 편은 IMF 사태와 관련하여 특히 흥미롭다.
‘로마인 이야기’는 여류작가가 쓰고 있는 이야기식 역사책이다. 92년에 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낸 이래 1년에 한권 꼴로 필생의 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학자의 필독서인 ‘로마제국 멸망사’를 본 떠 시작했다고 하며 로마제국의 생성부터 멸망까지를 15권으로 묶을 계획이다.
‘로마인 이야기’가 주목을 끄는 것은 일본의 10년 불황이 단순한 경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일본 문명의 쇠퇴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6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정력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역사에 대한 재미와 교훈을 같이 준다.
8권 ‘위기와 극복’편은 유명한 네로 황제가 죽은 후 30년 동안 7명의 황제가 등장하는 시대를 그린 것이다. 이때가 로마의 위기로, 이를 잘 극복했기 때문에 5현제(五賢帝) 시대로 이어지는 로마 절정기를 맞을 수 있었다. 등장하는 7명의 황제 중 4명이 비명에 가고 내전도 치르면서 극심한 혼란도 겪지만 국가 에너지는 여전히 왕성했다.
다소의 정책 실패와 사회적 혼란이 국가 멸망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작가는 보고 있다. 그 대신 국민들의 기력이 쇠약해지거나 패기, 모험심을 잃어버리면 나라는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가장 나쁜 것은 국민들을 자포자기, 무기력 증세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며 정치의 요체는 국민 에너지를 부단히 순환, 진작시키는 것이라 했다. 이런 해석을 빌리면 한국의 앞날은 매우 밝다고 볼 수 있다. IMF 사태 후의 벤처붐과 왕성한 향상 욕구 등을 볼 때 한국의 국민에너지는 넘쳐흐를 정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등장하는 일곱 황제의 평가를 통해 할 일을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안 할 일을 하는 것이 더 치명적이라고 보았다. 할 일이란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뛰어들어 해결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과 인내와 관용, 유능한 인재 골라 쓰기, 국민들과의 잦은 접촉 등이다.
안 할 일로는 패자에 대한 보복과 모욕, 정실인사, 지나친 엄격성 등을 들면서 특히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모욕을 주어 가슴에 원한을 남기는 일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마 황제는 국가 안보와 식량공급도 책임져야 했지만 서민들에게 검투, 서커스 같은 오락과 위생, 휴식(싸고 편리한 공중 목욕탕, 상하수도 시설)을 주는 의무도 빠뜨릴 수 없었다고 적고 있다. 정치의 요체나 인간살이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 로마사 독학...'로마인...'등 30여권의 저서 >> [중앙일보 / 신용호기자]
95년 가을 한길사에 의해 '로마인이야기'가 국내 처음 소개된 후 '시오노 나나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인물.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가쿠슈인대학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고 학생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운동에 회의를 품고 26세때 이탈리아로 건너가 30여년 넘게 로마사를 독학으로 공부해왔다30여권에 이르느 그녀의 저작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초기작인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비롯, '바다의 도시 이야기'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등 20여권의 중세 르네상스시대에 대한 작품들과 모라 건국의 주역인 로물루스/레무스에서부터 고대 로마사를 정리하느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그리고 그의 감성이 묻어나는 '남자들에게' '사일런트 마이노리티' 등 에세이류들이다. 너무 당연해 의문조차 갖지 않는 작은 사실들까지 천착새 큰 역사적 사실을 풀어가는 방법은 시오노 특유의 장기, 또 역사서술에서 어떤 사상이나 윤리를 개입시키지 않고 숙명에 처한 인가노가 국가의 행적을 하나하나 따라잡아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특징이다
{로마인 이야기} 1,2권의 내용은 이렇다.
제１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에서는 B.C. 753년의 건국으로부터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는 B.C. 270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로마인들이 나라의 초석을 세우는 과정에서부터 그 조그만 땅에서 점점 영토를 확장해 가는 과정과 그 결과 늘어나는 인구를 어떻게 수용해 가는지, 또 그 정치기구 확립과정을 통해 결국 대로마 문명권을 어떻게 이루어나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제２권 {한니발 전쟁}에서는 이탈리아 반도의 통일에서 지중해의 패권국가가 되는 130년간을 다루고 있다. 16년에 불과한 제2차 포에니 전쟁에 지면의 3분의 2를 할애하면서 말이다. 시오노는 결과로서의 역사인 '히스토리아'가 아닌 과정으로서 역사를 보는 '게스타이'를 쓰고 싶다고 하고 있는데, 전쟁만큼 이를 잘 다루기에 적합한 소재는 없다. 어떠한 사상도 어떠한 윤리도덕도 심판하지 않고 숙명에 처한 인간과 국가의 행적을 하나하나 따라간다. 전쟁을 통해 인간과 국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중해 전체를 그토록 짧은 기간에 '마레 노스트롬'(우리 바다)으로 만들어버린 스키피오를 비롯한 로마인들과 희대의 명장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결론적으로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 제1권에서는 하나의 나라가 어떻게 체제를 만들어가는지, 제2권에서는 그 체제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제3권에서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 체제를 어떻게 재조정해가는지를 쓰고 있다.
현대인의 삶의 철학과 좌표를 제시하는 동양인이 쓴 서양사
{로마인 이야기}는 방대한 자료를 취재·정리해가면서 엮어간 거대한 로마 통사이면서 현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가르쳐주는 훌륭한 지침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서양인에 의해 씌어진 서양서보다 이 {로마인 이야기}는 서양의 역사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당연시하여 의문조차 갖지 않는 조그만 사실들에 대해 집요한 의문을 가지면서 크나큰 역사적 의문을 풀어가는 작가 특유의 방법이 서양문화에 속하지 않은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저작들을 읽는 데 훨씬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자신의 문화를 상대화할 수 있는 시야를 갖게 해줄 것이다.
